장 아니스타 자매(연해주)

[연해주에서 사역하시는 곽동원선교사의 선교보고 가운데 있는 내용입니다. 전문은 일반게시판에 게시하였습니다.]

               (중략) 그러나 말이 농장이지 손이 닿지 않아 이곳 저곳 방치된 낡은 농기계들과,이곳 저곳 흩어져 썩어 가고 있는 씨 감자들, 동물 사료등 정돈되지 않은 환경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갑작스레 전화로 알린 우리의 방문이므로 농장 미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단기선교 팀에게 설명하면서도 우리 고려인들의 끈질긴 생존본능을 보여줄 장 아니스타를 자랑스레 소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 바쁘게 움직이는 인부들의 모습속에 열악한 현실속에 애쓰고 있는 장 아니스타의 수고를 느끼며 작년말에 추수하여 판매하다 남은 건초장을 지나 축사에 이르를 즈음, 축사 앞에 있는 꽃 재배 비닐하우스안에서 작업하던 장 아니스타가 달려 나왔습니다. 일행들이 함께 동행 중임에도 온 몸에 흙을 묻힌 그녀가 저를 힘껏 끌어 안았습니다. 잠시 말없이 나를 안았던 팔을 풀던 그녀가 눈가에 번진 눈물을 닦으며 심한 함경도 사투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선교사님! 왜 이리 늦게 왔소?”

                “왜 그래요? 무슨일이 있었어요?”

                그녀가 안내한 축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장 아니스타의 눈물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올 일월에 내 모든게 불타버렸소. 아직도 화염속에서 타 죽어가며 울부짖던 가축들의 비명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잠을 잘수 없어요.”

                시야에 펼쳐진 미처 철거 하지못한 불탄 축사의 잔재를 보며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정부에서 지원된 자금으로 축사를 건축하며,현장을 방문한 블라디보스톡 총 영사관 점검단에게 자랑스럽게 보고했던 그 축사가, 가축 분뇨 비료 생산을 해보지도 못하고 흉칙하게 숯기둥만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방화에 의해 소,돼지,양,염소,닭,거위 모두다 불타 죽었소.밤에 일어난 일이라 손을 쓸 새가 없었소.”

                단기 선교팀으로 방문하신 권사님들도 안타까움에 “어떡하면 좋아,어떡해”를 되뇌이셨습니다. 한참을, 우리는 참으로 한참 동안을 그 불타버린 폐허를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또 다시 가축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떨쳐 버리려는 듯 조용히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스타!손님들 미국으로 돌아가신 후에 내가 다시 오겠어요”

                그녀는 워낙 강한 여자였습니다. 최근엔 일이 바쁘다는 핑게로 교회 나오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지만, 저희들의 지원 초기엔 젊은 목회자 이기영 선교사와 자신 소유의 건물에 교회를 세우고 인부들과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도 했습니다. 작년 여름 오랜 중풍으로 누워 지내던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후에도, 새벽부터 밤 늦도록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누비며, 감자와 오이 토마토, 야채 모종과 꽃재배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원래 카작스탄에서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건물에서 치료소를 운영할 꿈도 갖고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엔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 8가정이 거주할 숙소도 건축하여, 일꾼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꽃시장에선 대량 재배한 꽃을 판매 하기위해 여러 마을 시장에 판매장을 설치하여 주변의 같은 업종 소규모 재배자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있었습니다. 팔다 남은 꽃들은 인근 시청에 무상 기증하여 시내 로타리마다 그녀의 꽃들로 조경이 이루워지기도 했습니다. 비지네스 규모를 더 이상 키우지 말고 재배 작물의 질을 높이라고 권유하여도 “올해 까지만 ,올해 까지만…..”하며 일을 줄이지 못했습니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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