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듯
소리없이 뒤로 넘어가는 그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자취는 우리의 시간을 알려 주었습니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서 바람마져 뜨거운 여름이 되기까지
그대는 우리의 사는 시간을 알려 주었습니다.
수줍은 듯
자취를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그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자취는 우리의 장소를 알려 주었습니다.
먼 곳에서부터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알려 주었습니다.
속삭이듯
티를 내지 않게 겸손을 가르쳐 주는 그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자취는 우리의 마지막을 알려 주었습니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사라지는
그대는 우리가 지녀야 하는 마음, 겸손을 알려 주었습니다.
글: 野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