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두 포기

“저, LA에 오자마자 김치 두 포기를 그 자리에서 먹었어요.” 우리 부부가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뭐에요?”라고 물었을 때 서슴치 않고 김진실 사모의 대답이었다. 멕시코 오하카를 위하여 선교사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길로 선교사님의 아내가 지난 1년 동안 오하카에서 머물다가 미국에 남편과 함께 오게 되었고, 우리 교회의 수요예배와 사랑구역을 방문하였다. 오하카 시티에는 한인이 선교사의 가족을 빼면 4-5명 밖에 없고, 그나마 하나 있었던 한국 식당이 문을 닫았기에 집 외에는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선교사 부부는 신혼이기에 새색시가 친정에서 먹던 음식을 맛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도 아니라며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먹었다.

사랑 구역을 방문해서 말씀을 전하고 식사를 하며 교제를 나누던 중에, 어느 구역식구가 “아니, 선교사님이야 사명이라고 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사모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 오지에 가셨어요?”라고 하자, 진실 사모는 “그래서 더 반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지난 1년 동안 언어도 확실하게 되지 않음에도 신학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그리고 졸업한 목회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며 근황을 전해 주고, 문화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임신 5개월. 내년 2월 8일이 출산예정일이라고 하는데 진실 사모의 머리가 무척 길었다. 우리 부부는 머리를 조금 자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을 떠난 이후 미장원을 가지 못했고, 그렇지 않아도 자르고 싶었다고 하였다. 우리 교회 성도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조금 자른 후에 어린 아이가 캔디 한 개 받는 듯 무척 좋아하는 모습이 순진하기도 하다.

오하카에 있는 신학교와 선교현지에서는 여자들에게 바지를 입지 않게 한다. 그리고 긴 치마를 입게 하는데(미헤 등 여러 부족의 문화이기도 하다), 진실 사모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긴 치마를 입고 다니셨다. 교회와 구역모임은 물론 식당과 레드락캐년, 후버 댐을 갈 때에도 긴 치마를 입고 오하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문화를 적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친정집에 한국이라서 머니까, 우리를 친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니까, “벌써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편안하게 해 주셨어요”라며 눈물을 흘린다. 탑승구로 들어가는 두 부부의 어깨에 묵직한 십자가가 보인다.20180912_13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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