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자 KBS 뉴스에서 “황혼의 그림일기”라는 제목의 소박한 뉴스가 나왔다. 황혼의 나이에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그림일기이야기다. 선이 삐뚤어지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 하나 하나를 정성껏 그려나가는 할머니들은 나름대로의 보람을 느끼고 있으셨다. 79세의 김옥분할머니는 그림일기를 그릴 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림을 그리니까 이 안에 있던 화가 풀리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면서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게 좋으니까”라고 말씀하시고 자신감도 얻으셨다고 하셨다. 이런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를 보고는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도 하였고, 내년에는 뉴욕 등지에서 전시회도 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한글을 몰라서 일기를 못 쓰셨던 분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그림으로 일기를 쓰신다. 여기서 우리들의 신앙 자세를 생각하게 하였다. 젊어서 힘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주님을 위해 살다가 나이 들어 힘이 없으면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글이 아니면 그림으로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의 신앙 자세는 작품이 아니어서 전시할 곳도 없고, 자랑할 만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날이 되면 우리 신앙 자세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선이 삐뚤어져 있듯이 우리 삶에는 굴곡의 흔적이 있고, 거칠게 패인 자국도 있을 것이며, 더러운 것으로 묻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날에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인자한 미소로 우리 신앙 생활 작품을 잔잔한 미소로 보고 계실 것이다.
잘은 못하지만,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신앙의 그림일기를 잘 그려 보다.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작품을 그려 보련다. 그리고 이렇게 애교를 부리려 한다.
“하나님, 예쁘게 봐 주세요.”
[사진: 순천할머니들의 서울전시회 포스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