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죽리]
깊은 듯 깊지 않은 그대 속에서
지고 온 짐을 내려놓으며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그대 품에
촉촉한 땀이 배어나는 내 몸을 맡기며
작은 듯 작지 않은 그대 마음에
큰 숨을 내 쉬며 쉼을 얻네.
높은 듯 높지 않은 그대 가슴에
긴 터널을 지나온 내 눈길을 맡기고
보일 듯 보이는 그대 옷자락에
쉼 없이 내디딘 내 발길을 넣고
푸른 듯 푸르른 그대 날개에
아! 턱 막힌 내 마음을 드러내네.
-野花-
(하죽리는 경상북도 울진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의 이름입니다. 상수원에 백로와 청둥오리가 유유자적하며 나는 곳이어서 잔잔한 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