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밖에 없어요-고 김경미 집사를 생각하며

    우리 부부가 김경미 집사님 댁을 처음 심방했을 때 적지 않은 놀라움이 있었다. 당시 집사님은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셨는데, 집에 강아지가 두 마리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시는 것이라고 하였다. TV에서나 보고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시는 분은 처음 대면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강아지들을 키우는 모습이 얼마나 정성을 드리고 계시는지 충분히 느꼈다.
집을 장만하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에 사경회가 있었다. 그때 집사님은 생활의 여유가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사 목사님을 꼭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시 강사이셨던 김한요 목사님과 함께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목사님, 강사 목사님이나 선교사님들이 오시면 꼭 저희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라며 귀엽게 청탁(?)을 하셨다.
하지만 구입하신 식당은 생각 외로 역경이 많았다. 정방헌 집사님이 한국에서부터 오셔서 함께 운영을 하였지만 당시의 불경기를 이길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찾아 뵈었지만 목사인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한 번은 얼마나 힘드시냐며 말씀을 건내었는데 그때 집사님은 “십자가 밖에 없지요. 십자가 만 바라 볼래요”라고 대답을 하셨다. 오히려 믿음 없는 내 자신이 작아졌고, 그렇게 고백하는 집사님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나님께서 부르시기 며칠 전, 나는 집사님께 “십자가 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것 기억나세요?”라고 물었고, 집사님은 분명하게 “그렇다”고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끝까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끝까지 가족을 염려하신 우리의 누이, 김경미 집사님은 편안한 모습으로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다.
끝까지 십자가를 붙잡았던 집사님의 모습은 우리의 가슴 속에 다시 한 번 십자가를 새겨 주시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다. 언젠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사랑하는 집사님을 만날 날을 기다린다.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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