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에 색칠하는 어린이

요즘 새벽묵상을 잠언서를 가지고 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많은 구절들이 말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되는 어린이가 학교에서 미술시간을 통해 색깔을 칠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어느 날 집에 와서 보니 나름 귀한 것으로 보이는 백자 항아리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자기 생각에 하얀색의 밋밋한 항아리보다는 색깔을 입히는 것이 훨씬 더 좋겠다며 여러 색상의 크레파스로 힘차게 문질렀다. ‘어린이가 고급스러운 백자에 색깔을 칠하면 더 고급스러운 백자가 될까?’ 이것이 내가 문득 생각하게 된 질문이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한다. 말을 안 하는 것 그 자체가 고급스러운데 자기가 한 마디 덧붙이면 더 고급스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다. “그나저나 나부터 조심하자. 특히 설교할 때 쓸데없이 말을 갖다가 붙이지 말자”라고 결심해 본다.
野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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