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교단-2012년 5월, 크리스챤투데이 기고 칼럼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 내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해야 오해가 없을 듯 싶다. 나는 미국장로회(PCA) 서남노회 소속의 목사다. 신학은 미국에 와서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느 교단에도 딱히 소속된 적이 없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교단의 특성상 한국의 장로교에 속한 교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뜸을 들이면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작금에 일어난 장로교단의 모습 때문이다. 총회 사무실에 분뇨를 투척하는 사건, 총회 임원들 중에 소수의 목사들이 룸살롱에 다녔다는 이야기, 그와 관련되어 총회 시간에 권총을 들고 나오는 목사의 모습 등은 그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군다나 이 교단은 자기들 스스로 교단을 표현하는 수식어를 사용한다. 바로 “장자교단”이라는 단어다. 하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 교단의 이름이 “장로교단”이 아니라 “장자교단”인 것으로 착각을 하기까지 한다. 어떤 이유로 “장자교단”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자”라면 한 가정으로 치면 맏아들인데, 맏아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얼룩만져 있는 모습이다. 항간에 목사들과 장로들은 교단의 불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다.

하지만 교단은 필요하다. 한국의 장로교 총회가 시작된 것은 1912년 9월 2일, 평양에서다. 그러니 올해로 장로교단은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후로 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 교회의 틀을 세운 것은 바로 교단의 역량이라 의심치 않는다.

교단이 있었기에 선교가 그 영역을 넓힐 수가 있었다. 물론 교단에 속하지 않은 개인선교사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예도 많이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교단에 속한 선교사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기획적인 선교를 감당할 수 있었다. 교회개척도 마찬가지다. 교단이 있기에 개척교회들이 네트웍크를 구축할 수 있고, 개척을 위한 세미나를 비롯한 훈련과 정보공유가 가능한 것이다.

더우기 교단이 있기에 신학적 기반에서 흔들거리지 않을 수 있다. 세속주의와 종교혼합주의의 거센 물결이 교회에 침투하고 있을 때 교단은 방패막이 되어주며, 옳고 그름의 분별을 도와주어 건강한 교회와 성도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앙고백과 성례다. 신앙고백이 왜 중요하고, 성례가 왜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인지를 헷갈리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교단이다.

현재 교단에 대하여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게 반가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단은 어떻게 보면 교회성장의 발목을 붙잡는 최악의 집단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단은 교회 전체가 함께 가야할 방향을 설정해 준다. 교단은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집단일 수 있고, 교회가 연합하려고 할 때마다 독선과 아집으로 더러움의 얼룩을 스스로 뭍히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단은 교회가 연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문제는 인간이다. 교단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다. 독선과 거만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의 타락성을 떨쳐 버려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욕심, 명예와 탐욕을 버려야 교단은 더 큰 영향을 교회와 세상에 끼칠 수 있다. 교단이 가지고 있는 선교지의 정보, 개척지역의 상황,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도동역자들의 영적인 후원을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교단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힘을 준다. ‘어떻게’라는 실천적 문제는 각 교단의 특성에 맞게 연구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찾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교단은 감옥이 아닌 집”(에드 스테처)이라는 것이다. 교회에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교단의 지도로 해결해 가며, 목사들이 지쳤을 때에 교단의 동역자들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는 바로 나의 부모와 나의 형제가 있는 집이다.

나는 내가 속한 교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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