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와 함께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 라스베가스에 이사와서 살면서 처음 겪는 에어컨 고장. 그것도 한참 더웠던 지난 주말이었다. 토요일 밤에는 실내 온도가 화씨로 91도(섭씨32.8도)였으니 속옷이 습기에 젖은 빨래와 같이 되었다.
다행히 주일 오후에 기술자가 오셔서 고쳐 주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지금 이렇게 고쳐진 것이면 다행인데 만일 컴푸레서가 고장난 것이면 큰 공사가 될 거에요.” 나와 아내는 ‘설마’했다. 하지만 주일 밤, 에어컨은 또 다시 고장. 월요일에 기술자가 다시 오셔서 멈춰버린 컴푸레서를 돌려 주셨다. 그 후 또 섰고, 돌려 주셨지만 역시 24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는 체념과 함께 금요일에 컴푸레서를 교체하기로 결정을 했다.
약간의 짜증이 나려고도 했지만 나로 하여금 이길 수 있도록 한 계기가 있다.
첫째는 지난 주 새벽기도 시간에 묵상을 했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멈춰라!” 더위 걱정에 돈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데 “두려움을 멈춰라!”는 말씀으로 내게 용기를 주셨다.
둘째는 목요일 어느 성도의 집에 심방 중에 고장난 에어컨 이야기를 꺼냈더니 나이 지긋하신 성도께서 “목사님, 살다 보면 그러는 거에요. 고장날 수도 있다 생각해야 스트레스를 안 받고 좋아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셋째는 우리 교회 감사클럽이 생각났다. ‘성도들은 모여서 힘든 일이 있어도 감사의 제목을 찾고 감사하고 있는데 목사는 에어컨 고장났다고 짜증을 부리면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 가지의 동기로 짜증을 잘 이기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고치지 않은 시간이다. ‘짜증을 참아야지. 내 앞에서 돌고 있는 선풍기에게도 감사해야지’라며 잘 이기고 있다.
“그런데요 하나님, 조금만 솔직해질게요. 정말 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