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유희>
시. 최유선
아 하고 뱉었는데 어 하고 날아간다
입속에 있을 때는 예쁜이였는데
입 밖에 나가면서 못난이로 변하고
기차표 없이 멀리도 간다
말문 터진 아가의 “따랑해요!”는
어미 눈에 뭉클한 눈물 차오르지만
사춘기 반항아의 “사랑해요?”는
어미가슴 찌르는 대못이 된다
마음 통하는 친구와 말을 하면
까만 밤이 하얗도록 속이 후련해지고
내 마음 몰라주는 친구의 말 한마디는
까만 밤이 하얗도록 가슴을 찢는다
허다한 말을 쏟아내어도
허공에 떠다니는 바람 같은 말이 있고
한마디 말만 했을 뿐인데
인생을 빛나게 하는 보석 같은 말도 있다
사랑한다 입 밖에 내어 말을 전해보니
행복이란 꽃이 피어나고
입안에 가두어진 사랑이란 말은
오해의 검은 연기로 행복 꽃을 말려버린다
입에서 나오는 건 모두다 말일진대
말이란 그놈 참으로 팔색조다
이쁘고 사랑스럽고 좋은 사람 되려면
말이란 놈 데리고 좀 보듬어주자
이 시는 이국진목사의 아내이신 최유선사모의 글입니다. 저자의 허락으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