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전 8시 10분. 아직 아무도 안 왔다. 이 시각이면 몇 명의 임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 이 시각이면 이미 모임 장소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하고, 교회 성도들 몇 명은 친교실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문은 잠겨 있고 세 명의 여성도들이 문 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노회장소의 모습이다. 우리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서남노회는 3월과 9월, 두 번째 화요일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이번 노회는 특별히 노회서기가 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어서 긴장하는 마음으로 노회 장소로 조금 일찍 갔는데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을 보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가 되었을 때는 5명 정도 밖에 오지를 않았다.
속이 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9시 20분이 되었을 때 이번 노회의 서기 대행으로 수고하신 목사가 왔다. 인사를 하고 제일 먼저 “아니 이제 오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10시에 모인다고 했는데요”라고 하신다. 나는 지금까지 10시에 한 적이 없다고 말을 했더니, 이미 10시라고 공지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부랴부랴 받은 이메일을 확인했다. 1월 19일자로 온 공지사항에 오전 10시라고 되어 있었다. “어?! 10시에 한 적이 없는데요” 라고 말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첫째는, 자기 의(義)를 절대로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맞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혼자 똑똑한 척 하는 것이다. 둘째는, 과거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기록된 문자라는 것이다. 내가 PCA 서남노회에 가입한 이후로 1박 2일 수련회로 모인 일 외에는 항상 오전 9시에 노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록된 문자, 전달되어진 공문이 경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성령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똑똑한 척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