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태기 사회의 유일한 소망은 교회다

관태기(關怠期). 언제부터 이런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끼는 20대 모습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동아일보는 정의하고 있다(2016년 7월 30일 자). 이들의 특징은 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다는 점이다. 사람을 사귄다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주간잡지인 <대학내일>의 부설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20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바로 관태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기본에서부터 이야기한다면 형제와 자매들이 여럿 있는 가정 문화가 아닌 혼자 자라고 더욱이 사촌들과도 접촉이 뜸하게 되기에 사회성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자녀 하나를 두고 있는 부모들(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은 자기 자녀를 너무 귀하게 키우다 보니 자녀가 다른 친구들과 사귐에 있어서 자기가 중심이 되지 못할 때 상처를 입고 그로 인하여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어렸을 때부터 느끼기도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면 혼자 있는 편할 수 있도록 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발전되어 혼자 지내는 취미성향을 도와주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그런데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이 좋아도 외로움을 느끼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느 SNS에는 친구가 000명이고, 어느 SNS에는 팔로워가 000명이라며 자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SNS상에서도 권태기를 느끼게 되는데 자의인지 타의인지 확실하지 않은 채 군중 속에서 혼자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자신이 올려놓은 글이나 사진에 달린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을 때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20대들이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니기도 한다. 함께 일을 하고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시기도 한다. 그렇지만 순간순간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고, 왠지 실증이 나기 시작한다. 바로 관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관태기의 대표적인 겉모습 중 하나가 ‘혼밥족’ 즉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혼자 먹는 게 편하단다.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단다. 이들은 외로울 때 익명으로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때로는 아프리카 TV 등에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들의 고민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들은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소통을 추구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관태기여서가 아니라 현재 20대들의 삶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관태기에 빠져 있는 이들이 20대들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 온라인상에서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 교회 안에서도 관태기 현상이 보이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배는 좋아서 교회에 오기는 하지만 교제를 나누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의 변명은 예전에 교회 안에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경공부가 중요한 것은 아는데 그룹이 모여서 하는 성경공부는 싫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한다. 소그룹이 중요한 것은 아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소그룹에 안 간다고 한다.

이들의 내면에서 하는 말들은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다”, “나는 나 혼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면 교회를 안 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들의 특징 중 또 하나는 교회 밖에서는 교제를 한다는 것이다. 경건한 신앙의 이야기, 서로를 위해 세워주며 기도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모이는 교회는 항상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교회가 모든 성도들의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소망이다. 교회는 SNS 상의 사회와는 다르다. 교회는 세상과는 다르다. SNS 상의 사회와 세상은 그 구심점이 바뀐다. 가치관이 바뀌고, 세계관이 바뀐다. 그러나 교회는 – 진정한 교회라면 – 분명한 구심점과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이 바뀌지 않고 서 있기 때문에 다르다. 그래서 교회는 소망인 것이다. 예수님은 “너희는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교회의 구심점이 예수님이심을 분명히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관태기를 예방하는 처방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우리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시면서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고 용기를 주셨다.

그래서 교회가 소망인 것이다. 교회는 이 분명한 기준을 성도들에게 가르치고, 성도들로 하여금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삶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을 먼저 위하는 삶이 아니라 남을 먼저 생각하고, 서로 존중하며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소망인 것이다. 이런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성도들이 관태기의 삶을 사는 자들에게 진정한 사회성과 교제를 가르쳐야 한다. 교회는 이런 자세로 사는 성도들을 훈련시키며 세상으로 보내야 한다. 주님의 교회 외에는 소망이 없다.

[크리스챤투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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