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발걸음

“맞아요 목사님. 사람에게서는 위로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의 눈가에는 촉촉히 눈물이 적셔져 있었다. 나는 지난 목요일, 무거운 발걸음을 Santa Clarita로 옮겼다. 열두 살짜리 딸 하나가 있는 우리 노회의 서기로 수고하고 있는 목사이다. 총각 목사였을 때 이미 중국에서 선교를 하고 있었을 정도로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고, 2년 전부터는 노회에서 서기로 수고를 아끼지 않고 계신 분이다. 우리 교회가 교단으로부터 융자를 얻을 때에도 필요한 노회서류를 신속하게 발급을 해주셔서 제법 빨리 교단으로부터 융자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건강했는데.

지난 2월 17일, 노회장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이메일은 충격이었다. “지금 암 세포의 크기가 크고, 위치가 좋지 않아서 위 절제 수술을 받으시면 100% 다 절제 해야 한다고 의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두 주 전에 상태가 너무 안좋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지난 목요일에 병문안을 갔다. 병원에서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집으로 퇴원을 한 상태라고 한다. 겨우 손을 잡고는 힘겹게 눈을 떴다. “목사님.” 우리 둘은 한 동안 아무 말 못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에 나는 겨우 입을 열어 “목사님, 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목사님을 위로할 수가 없어요.” 손을 놓지 않은 채 서기목사는 아주 힘들게, “맞아요 목사님. 사람에게서는 위로를 찾을 수가 없어요”라며 눈물을 지었다.

한참을 지나 서기목사는 “목사님, 내가 너무 하나님 앞에서 까불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어요”라고 힘들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이제라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목사님,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뜰 수 있었어요.”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손을 놓지 않은 그 손에 얼굴을 대고 기도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오려는데 굳이 배웅을 하겠다고 일어났다. 아래층에는 못 내려가지만 계단 앞까지는 가겠다면서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 나는 “목사님, 나 한 번 안아줘요”라고 했다. 그러고는 둘이서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었다.

하루 종일 서기목사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너무 하나님 앞에서 까불었어요.” “사람에게서는 아무런 위로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오랫동안 내 가슴에 자리할 것 같다.

[그대처럼]

모진 세월을 견뎌온 그대는

오늘도 태양의 빛을 받는다.

모진 풍파를 견뎌온 그대는

오늘도 바람의 향을 받는다.

모진 비바람 견뎌온 그대는

오늘도 비의 향연을 받는다.

그대를 바라보며 주님 향한 충을 되새기며

그대를 바라보며 주님 향한 의를 새겨본다.

하루를 살아도 그대처럼

묵묵히 주님 바라보리라.

한순간 숨셔도 그대처럼

진실히 주님 사랑하리라.

글.사진 | 野花

-동료목사를 병문안한 후-

그대처럼-김성천목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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