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현실

2007년 1월에 시작된 우리 교회는 첫 해를 제외하고는 해 마다 같은 공원에서 야외예배를 가졌다. 첫 해는 날짜를 정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어서 선발대로 간 사람들이 긴급히 연락을 하고 곧바로 취소를 하게 되었다. 그 후에는 봄 또는 가을에 야외예배를 가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숯불에 갈비를 구워먹지 못하도록 규정이 생겼고, 이제는 아예 숯불에 구워먹는 것은 어느 고기라 할지라도 금지사항이 되었다. 그러더니 어느 주일부터는 앰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였다. 사실 그 해에 어느 단체가 그곳에 와서 내가 듣기에도 너무 크게(심지어는 씨끄럽게) 국악을 켜 놓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다고 했던가? 그 해부터 앰프 사용금지가 되었다. 그래고 우리 교회는 사전에 예배 만을 위해 앰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작년에는 공원경찰(Park Ranger)이 사용을 못하게 했고, 결국 생각 이외로 큰 소리가 나면 예배 중에라도 앰프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상호 약속을 하고 사용했다.

올해도 미리 허락을 받으려고 공원에 찾아갔지만 올해는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규정이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유는 첫째, 주변에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 두 교회(다른 종교단체 포함)가 오는 것이 아니어서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이유가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어떤 종교든, 종교의식이나 행사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해는 되어지지만 이해하기에는 왠지 차별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공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우리와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요구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소음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우리의 예배를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일종의 종교탄압인 것이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에서 우리의 예배를 막지 못할 것이다. 앰프가 붙어있지 않은 통키타로 예배를 드릴 것이다. 내년에는 앰프가 붙어있지 않은 브라스 밴드를 동원해서 예배를 드릴까 고민 중이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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